"돈 되는 쓰레기…AI 로봇이 척척 골라주죠"

입력 2021-08-26 17:24   수정 2021-09-03 17:04


전국 재활용품 선별장에는 50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돼 있다. 사람이 컨베이어벨트 옆에 서서 육안으로 재활용품을 골라낸다. 작업 환경이 열악할뿐더러 기업들이 원하는 깨끗한 소재를 분류해 내지도 못한다.

수퍼빈은 이 같은 국내 쓰레기 수거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방식을 통해 재활용품 수거 로봇을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2015년 6월 수퍼빈을 설립한 김정빈 대표(사진)는 “쓰레기도 돈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창업했다”고 말했다. 한국 벤처기업 1세대 변대규 휴맥스 회장도 든든한 후원자로 나섰다. 성장 잠재력을 내다보고 수퍼빈에 직접 투자한 것은 물론 휴맥스 개발인력을 파견해 돕고 있다.
AI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선별
수퍼빈은 2016년 AI 재활용품 수거 로봇 ‘네프론’을 개발했다. 원리는 이렇다. 사용자가 네프론에 페트병, 캔을 투입하면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AI로 재활용이 가능한지 판단한다. 오염이 너무 심하거나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로 인식하면 다시 배출한다.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에는 사용자에게 개당 10원을 적립해준다. 사용자는 휴대전화 번호를 회원 아이디로 활용해 수퍼빈 적립금을 모을 수 있다. 2000원 이상이 쌓이면 계좌이체를 해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수퍼빈은 이렇게 수거한 페트병과 캔을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투명한 페트병을 모아 깨끗이 씻어 잘게 부순 뒤 ‘플레이크’라는 플라스틱 재생 소재를 만든다. 이는 같은 무게의 플라스틱 쓰레기 뭉치보다 10배 이상 비싼 ㎏당 1500원에 거래된다. 캔도 압축해 재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지만 수거 단계부터 오염되기 때문에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되곤 한다”며 “네프론을 활용하면 수거 단계부터 돈이 되는 깨끗한 쓰레기만 AI로 판별하기 때문에 완벽한 재활용이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이런 플레이크를 생산할 수 있는 페트병만을 수거하는 회사는 수퍼빈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다음 세대 위한 기업 될 것”
수퍼빈의 작년 매출은 17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아직은 대부분 네프론 판매 및 운영대금이다. 그러나 기업가치는 이미 100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재생 가능한 쓰레기만 선별해 가공,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술 덕이다.

네프론의 대당 가격은 2100만원.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재활용에 관심이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목하고 있다. 경기 안양시는 시 전역에 네프론 100대를 다음달 설치한다. 충남 아산시도 연말까지 2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수퍼빈은 경기 화성시에 1만3000㎡ 규모 재활용 공장도 곧 세울 예정이다. 연간 페트병 2만t을 가공해 플레이크를 생산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네프론을 활용하면 지자체들이 쓰레기 수거차량을 더 사거나 추가 인력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며 “보다 많은 지자체가 활용한다면 기존 재활용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인 자원순환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학위를 마친 뒤 한국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39세의 나이에 중견 철강기업 코스틸 대표를 지내다 수억원의 연봉을 박차고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폐기물이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 도시 안에서 다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해외 자본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10년 뒤 목표”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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